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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VOL.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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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과 그린 뉴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한국과 세계의 기후·에너지 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위기, 중국과 일본의 탄소중립 선언,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 등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의 합이 0이 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지금부터 30년 후인 2050년에는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탄소중립이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석탄 소비 세계 4위, 석탄 해외 투자 3위,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1차 에너지의 80%가 화석연료다. 이런 상황에서 30년 이내에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한다는 것은 혁신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문제는 지금으로써는 이러한 변화를 회피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선언은 국제사회 기후규제 강화와 연결되어 있다. 2018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인류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서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040년경 지구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20년이 남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 7~8년이면 지구평균기온을 1.5도 상승시킬 수준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그 뒤의 12~13년은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가 온난화 효과를 일으키는 기간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8년 남짓이다.
이에 IPCC가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제안한 2050년 넷 제로(Net Zero, 탄소중립) 선언 권고를 세계 각국이 속속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스웨덴과 영국, 프랑스, 덴마크, 뉴질랜드, 헝가리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이미 탄소중립선언 관련 법제화를 마쳤고, 9월에는 세계 탄소 배출량 1위인 중국이 2060년까지, 10월에는 일본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세계기후변화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강조했던 바이든이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등 9월~11월 사이 기후 관련 세계정세가 급변했다.

그린 뉴딜, 그 가능성

7월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기반으로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0월 28일에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지난 11월 11일에는 관계부처로부터 ‘2050 저탄소발전전략’에 관한 비공개 보고를 받으면서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 철학이 아닌 새로운 국제질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계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탈탄소 정책은 국제사회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1월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바이든은 2035년 전력생산부문에서 탈탄소화를 공약했고, 탄소배출 규제의 정도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여하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탄소배출을 규제하지 않으면 그만큼 세금이 더 많이 부과된다는 이야기다.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인 한국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로써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라는 큰 줄기 아래 탄소중립 사회로의 대전환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린 뉴딜이 무게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은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그린 모빌리티로 구성되어 있다. 에너지 효율이 낮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임대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그린 리모델링 22.5만 호,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와 에너지 관리 효율화 등 8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스마트 그린 도시 25개, 태양광 풍력발전 42.7GW까지 확대, 전기차 110만 대까지 확대 등이 주요 목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5년까지 매년 국비 10조를 투입, 그린 뉴딜 정책과 관련된 6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예정이다. 더불어 건설 부문에서 제로 에너지 빌딩 건설과 공공건물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고,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 모니터링, 보고, 검증 시스템 구축도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해상풍력발전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 일로에 있는 재생에너지 산업분야도 그린 뉴딜을 계기로 사업 기회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탄소중립사회로 가는 길

그러나 지금의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단적인 예로 정부는 전기차 110만대를 보급한다고 했지만, 국도교통부 자동차관리시스템(VMIS)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현재 등록된 차량은 2,300만 대다. 5%가 채 안되는 수치다. 교통과 더불어 물류 전반에도 탈탄소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정책은 수도꼭지 물을 틀어놓고 물 한 바가지를 퍼내는 정도의 수준이다. 현재 경기부양대책 정도의 그린 뉴딜을 탈탄소사회 전환 전략의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린 뉴딜이 보조금 투입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핵심 제도 도입이 급선무다. 기존 에너지 사용과 신재생 에너지 사용의 비율을 조정하는 ‘전력 믹스조정’, 전기요금제도와 전력시장 제도개선, 내연기관 생산·판매금지 연도 설정 등 제도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경제사회 구조와 에너지요금제도가 친환경에너지보다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모든 영역에서 사회적 합의, 그야말로 뉴딜(New Deal)이 필요하다.
희망적인 것은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 정책이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12월 7일, 관계부처들이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新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육성, 공정전환을 목표로 재정·녹색금융·R&D·국제 협력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2050 탄소중립 사회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했다.
이날 정부는 ‘정책캘린더’를 제시했는데, 2021년 6월까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산업부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 국토부 ‘건물부문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 등 총20여 개가 넘는 부문별 탄소 중립전략을 수립하고 2022년부터 국가계획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정책 변화에 발맞춰 기업도 변하기 시작했다. 12월 11일엔 철강기업 포스코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1월 수소사업부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우리금융도 ‘2050 탄소중립 금융그룹’을 선언하고,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금을 제공하는 신규 PF(Project Finance)나 채권 인수 등을 중단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부서와 전략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 SK㈜를 비롯한 SK그룹 계열사가 대거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기업 운영에 있어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을 선언한 기업들의 연합으로 한국기업으로는 첫 가입이다. 현재 구글, 애플, 제너럴모터스(GM), 이케아 등 세계 263개사가 가입해 있다. 더불어 현대자동차는 2040년까지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해외 시장 판매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기로 하고, 우선 2030년부터 미국·중국·유럽 등 핵심 시장의 출시 라인업을 전기차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2020년은 한국이 탄소중립사회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은 해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시에 남은 8년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기후 위기에 대처할 마지막 기회를 가진 세대이기도 하다. 지금 이 시대의 인류가 앞으로의 모든 것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은 8년,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린 뉴딜’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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